어느덧 누적 조회수가 7만 뷰를 달성했다. 그런 김에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원래 개발 블로그 운영 후기는 5만 뷰가 달성되었을 때 쓰려고 했다. 혹은 블로그 1주년 때 쓰려고 했다.
그때는 블로그도 막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을 때라, 활발하게 글을 쓸 때의 후기와 지금 수 개월 째 방치해두고 있었을 때의 후기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로 안 쓰다간 2년 후에나 쓸 것 같아서, 나름 활발하게 블로그를 운영할 때의 기억을 되살려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블로그를 돌아보며
1년 반 동안의 성과
블로그에 첫 번째 글을 올렸을 때가 2023년 1월 23일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2024년 7월 6일(*포스팅을 마치는 시점은 13일이 되었다). 약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누적 조회수도 7만 회를 넘어섰다.
6월 달에는 조금 감소하였지만 월 조회수도 꾸준히 증가하여, 4월과 5월에는 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 조회수도 대강 300회 전후로 찍힌다.
빈 말 하지는 않겠다. 매우 기쁘고, 고마운 성과다.
지난 6월의 인기글들인데, 의외로 CMake 저 글이 인기 순위에 있더라. 지금 보면 상당히 부끄러운 글이다.
블로그, 왜 시작함?
시작은 동아리에서부터였다. 이전 글에 종종 등장한 B612 동아리가 그 주인공.
원래는 동아리는 아니었고, 친한 사람들끼리 만든 개발 스터디에 가까웠다. 이후에 공개 모집을 단행하며 정식 동아리로의 꿈을 꾸었지만, 여러 사정에 의하여 공중분해됐다.
이 단체 자체는 공중분해되었지만, 여기서부터 몇몇 사람들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2년 12월. 이 당시 개발 블로그가 유행했다. 그러면서 교내에서도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또한 새롭게 개발 블로그를 운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 수요를 기반으로 B612에 ‘모각글’이라는 소모임이 있었다. 개발 블로그를 새롭게 운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소모임에 모였다. 나 역시 이 소모임을 통해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다.
원래는 블로그에 대해 그렇게까지 진지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내가 스터디한 것의 기록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첫 번째 게시물에 그 성격이 확 드러나는 데, 백준 문제 풀이 글을 올린 것도 단지 스터디 기록용 뿐이었다.
그것도 원래 블로그에 작성한 것이 아니라, B612의 다른 소모임이었던 알고리즘 스터디에서, 내가 준비한 문제 풀이를 약간의 보완을 거쳐서 그대로 올린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원래는 백준 문제 풀이 기록 정도나 올릴 심산이었다.
블로그에 진심이 된 계기
글을 쓰는 게 재밌었다.
사실 굳이 개발글이 아니더라도,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내 생각과 지식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큰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뽑으라 하면 국어였고, 어릴 때부터 많은 글을 썼다. 비록 고등학교 때부터 수능 국어에 초점을 맞추면서, 글을 쓰는 재미를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많은 글들을 썼다. 교내에 논설문 대회같이 글을 쓰는 대회는 빠짐없이 나갔기도 했고, 지금보면 너무 부끄럽지만 틈틈히 스릴러 소설을 쓰기도 했다(조금 끄적이다 만 이 소설은 아직도 본가의 컴퓨터 HDD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글을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역시나 부모님의 배경이 컸다. 애초에 어머님이 국어 교사시자 시인이셔서, 어릴 때부터 책과 글에 굉장히 친해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장점 중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싶다.
그래서 개발 블로그에 포스트를 올리는 것이 재밌었다.
처음에는 숙제에 불과했지만, 점차 블로그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점차 글을 완성해가는데 집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 당시만 해도 개발자에게 블로그란 하나의 중요한 포트폴리오이자 자산이었다. 나의 지난 시간의 노력과 경험들을 보관하는 창고이자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증명이기에, 그 자체로 소중한 자산이 된다. 그런 자산을 단지 나 혼자만 알아볼 수 있는 메모들로 채워버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대한 집중했다. 포토샵을 이용해서 썸네일을 만들고, 글을 뒷받침하는 여러 도식도 직접 만들었다. 요즘 검색 엔진 트렌드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나의 글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는 방향으로 블로그의 컨셉을 잡았다.
지금은?
마지막 글을 쓴 지 3개월 만에 쓰는 글이다.
사실 원래 계획했던 글들이 많이 있기는 했다.
나는 티스토리에 직접 글을 쓰기보다는 노션에 먼저 작성한 뒤에, 이를 티스토리에 옮기는 과정을 거치는 편인데, 노션에 완성되지 못한 여러 초안들이 언제 올 지 모르는, 혹은 영원히 오지 못할 완성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글들은 시작도 못 했고, 어떤 글들은 초안만 작성한 채로 남겨두고 있다. 또한 어떤 글들은 여러 사정에 의하여 아예 폐기된 글들도 있다.
작년부터 주제만 찾고 미뤄둔 글들이 많다.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들은, 의식하든 하지 않든 내 현재 관심사를 반영한다.
내가 한창 C++의 매력에 빠져있었을 때 나는 C++에 관한 여러 포스팅을 올렸다. 하지만 Flutter 등을 배우고 C++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떨어질 때부터, C++에 대한 포스팅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작업 중이던 C++에 관한 포스팅 역시 그대로 중지되었다.
또는 글의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결국에 완성하지 못한 글들도 있다. [언어의 전쟁]이란 글은 여러 기업들간의 언어 경쟁에 대해 써보려고 했던 글이다. 플랫폼 경쟁 시대에서, 언어 역시 개발 생태계 내에서의 플랫폼으로 작용하면서, 자사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에 대한 것이 주제였다.
하지만 각종 정보와 내 생각을 담다 보니 글의 주제가 ‘언어의 역사’인지, 혹은 ‘플랫폼 경쟁에 대한 고찰과 의의’인지, ‘각 기업의 대표 개발 생태계 소개’인지 모호해지고, 내용도 난잡해져서 결국 초안 쓰는 와중에 그대로 미뤄버렸다.
올해에 들어서 휴학을 하면서는, 정말 글을 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개발 공부를 하지 않으니 글을 쓸 수도 없다. 대신 2월에 있었던 솔루션 챌린지에 대한 개발 과정을 기록하려고 했는데, 대회가 끝나자마자 ‘미룬이 병’이 도져서 결국 쓸 타이밍을 그대로 놓친 것 같다.
사실 나는 이제 26년 초 전역까지 군인이 되기에… 앞으로 2년 간은 글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전역하고 나서도 아마 개발 블로그는 운영하지 않을까? 근데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사실 AI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개발 블로그의 가치 역시 크게 반감된 것 같기도 하다.
26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때 다시 내가 블로그를 찾게 된다면, 이 글은 2년 뒤에 나에게 보내는 인삿말이 될 것이다.
대신 새로운 블로그를 하나 더 팠다.
현재 이 블로그(nx006)는 개발 블로그여서, 다른 주제를 쓸 수가 없다(쓰게 된다면 검색 알고리즘도 무너지고, 포트폴리오의 의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아무 주제나 기록하려고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었다. 저 블로그에는 일기장처럼 아마 말 그대로 아무 주제나 생각나는 대로 끄적일 것 같다.
이 개발 블로그가 26년의 나에게 보내는 인삿말이라면, 나만 보라고 만든 저 블로그는 그동안의 나에 대한 더 직접적인 기록이 되지 않을까.
애드센스 수입
월 1만 뷰가 나오니깐 수입도 짭짤할까?
음… 적은 돈은 아니겠지만… 걍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아마 광고 단 지 1년 정도 되었을텐데, 1년 동안 25달러 번 거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더 편하다.
예전에 다른 사람들 애드센스 후기 찾아본 적도 있는데, 원래 개발 블로그는 거의 수익이 안 난다고 하더라.
보통 블로그 수익은 애드센스 광고 수익이 아니라, 협찬이나 리뷰 등을 통한 광고 수익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개발 블로그는 자기 만족용으로 쓰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애드센스에서 실험실 기능이라고, 자동으로 몇몇 광고 기능들을 실험해서 적용해준다.
그런데 몇몇 광고는 월에 1달러 더 들어오는 수준이라 사실상 의미는 없는데, 블로그를 보는 입장에서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어서 조회수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Vignette ads, Anchor ads가 특히 그런데, Vignette 광고는 모바일에서 내 블로그 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때 중간 페이지에 삽입되는 광고인데 모바일 사용자 입장에서 상당히 기분이 석나가게 해서 오히려 나가게 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Anchor ads는 블로그 하단에 앵커처럼 뜨는 광고다. 근데 이게 PC든 모바일 화면이든 은근히 사이즈가 커서, 읽는데 상당히 방해된다.
그래서 둘 다 끄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다.
Banner 광고는... 잘 모르겠다. 걍 냅두고 있는데, 쟤도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면 걍 지울 생각이다.
참고로 본문의 상단, 혹은 하단(더보기 목차 위에 뜨는 광고)는 내가 삽입한 광고가 아니라, Tistory에서 자체적으로 삽입한, 카카오로 수입이 가는 광고다.
많은 블로거들이 이러한 정책에 비판하며 벨로그 등 타 블로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나도 이러한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사실 복학 때는 벨로그에서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는 것 역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티스토리에서 써놓은 글들이 워낙 많기에... 옮길 타이밍을 못 잡은 채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티스토리가 자선 플랫폼도 아니고, 이해는 되는 결정이다만, 차라리 구독형 서비스로 바꾸든가, 다른 수입 모델을 만들던가 했어야 했다. 남의 블로그에 자기들 광고를 거는 행위는, 기만에 가까운 행위라 생각이 들 뿐이다.
개발 블로그를 써보며 느낀 점들 - 장점편
블로그에 대한 회고와 별개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서술하겠다.
글쓰기의 중요성
사실 ‘개발’ 블로그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냥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AI가 등장하면서 작문 능력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처럼 보인다.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이제는 어떤 주제든지 AI에게 던져주면, LLM 모델이 순식간에 잘 정돈된 글을 완성해준다.
근데 이건 작문의 결과물인 ‘글’에 집중한 거고, 여기서 말하는 건 글을 쓰는 것,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글쓰기, 즉 작문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작문의 행위로 나오는 결과물인 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문이라는 행동 그 자체가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느꼈던 건데, ‘작문’ 능력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머리가 좋다고 느꼈다(나같은 예외도 존재한다). 작문이란 머릿속에 혼재된 정보와 생각을 정돈하여 글로 직접 표현하는 행위로써, 추상적인 정보를 구체적이고 명시화된 정보로 바꾸는 사고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애매하게 알고 있던 정보가 명확성과 구체적인 논리성을 띄게 된다.
백지 노트 학습법이라는 게 있다. 그 날 인강, 혹은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그대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백지에 써내려가는 학습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수동적으로 학습된 정보, 내 머릿속에 그래프 형태로 혼재되어 있는 정보를 트리 형태 혹은 기타 정형화된 형태로 변환하면서, 지식 체계를 나만의 것으로 완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도 알 수 있고.
글쓰기 역시 똑같다. 글 쓰는 과정에서 애매했던 내용, 혹은 내가 몰랐던(심지어 내가 몰랐다고 인지조차 하지 못 했던 사실 역시 메타 인지하게 된다) 내용을 체계화한다.
이는 철저히 능동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글쓰기의 결과로 완성된 ‘글’과는 별개로, 작문 능력이 중요하다. 작문 능력이 없다면, 수동적인 정보를 뇌 속에 저장할 수 밖에 없고, 그 정보는 나의 것이 아닌 그저 남의 의견, 혹은 파편적인 지식일 뿐이다.
요즘같이 AI 딸칵 한 번에 글이 완성되는 시대와는 별개로, 내가 작문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기록의 중요성
글쓰기의 결과물인 ‘글’ 자체도 중요하다.
뭐 글을 잘 쓰면 좋다. 두서 없이 쓴 글보다 읽기 좋게 쓰인 글이 더 좋다.
그런데 그런 걸 다 떠나서, 그냥 ‘기록’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모든 글이 기록 그 자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록의 형태는 띈다.
회고글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정보글 자체도 그 사람이 그 당시에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 지에 대한 기록이 된다. 어떤 것에 대한 개인의 생각 혹은 ‘나는 이렇게 했다~’하는 후기같은 것들이 전부 기록이 된다.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게 나중에 가면 내가 이때 이런 거에 관심이 있었지,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지금과 생각이 변한 점이 있나 찾고, 혹은 이때보다 내가 새롭게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성장하는 것 같다.
글과는 별개지만 나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 인스타 충은 아니지만,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나중에 가서 내가 이때 이런 곳에 갔고, 이랬었구나 하는 추억이 자연스레 회상이 되더라. 모든 사람이 기록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거 자체를 좋아한다.
공부는 확실히 되더라
진짜다. 적어도 내가 개발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엥간하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어먹지 않고 있다.
포스팅을 수 백 개씩 하면 모르겠는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느 글이든 하나 찝으면 그 주제에 대해 바로 얘기할 수 있다. 물론 세부 개념 하나하나, 암기가 필요한 부분은 말할 수 없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말할 수 있다. 논설 형태의 글 - 예를 들어 구글은 exception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와 같은 내용은 지금도 바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저 글 쓰는 데 좀 고생했다. 실수로 거의 다 쓴 글을 날려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썼던 기억이 난다.
면접 때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어차피 면접 때 CS 질문을 물어보긴 할테니깐 말이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에 피면접자로 들어간 경험이 없기는 한데, 동아리 장으로써 면접을 본 적은 많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예를 들어서 객체지향이 무엇인지 등), 뭔가 애매하게 아는 것 같기는 한데 대답은 못 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또한 이런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지 물었을 때, 그때도 대답을 못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 본인 깃허브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짠 코드에 대해서 질문하거나 아키텍처를 어떻게 설계했는 지 물어봤을 때도, 대답을 못하더라.
만약에 블로그 등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글로써 정리했다면 어땠을까? 일단 미리 한 번 체계적으로 정리한 후이니, 훨씬 나았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개발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쓴 코드는 언젠가 잊어버린다. 하지만 블로그에 쓴 개발 일지는 영원히 남는다. 적어도 비슷한 코드를 쓰게 되는 날이 올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나의 든든한 자산이라는 안정감
요새는 스펙의 시대인 것 같다. 사실 AI가 등장하면서부터 더 심해진 것 같다. 옛날에 나는 코딩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었었다. 컴공 학점 높으면 뭐해. 연구직이나 대학원이라면 모를까, 개발자로 간다는 가정 하에 학점이 아무리 높아봤자 코딩 실력 없으면 말짱 꽝이다. 학점 높고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들었는데도, 막상 프로젝트를 하는데 DB 설계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정규화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봤다. 중요한 건 코딩 실력이라 믿었었다(오해하지 말자. 학점이 낮아도 괜찮다는 게 아니라, 학점 vs 코딩 둘 중 하나만 택할 거라면 후자를 택하겠다는 의미다. 당연히 둘 다 챙기려고 공부할 거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이제 AI가 사람보다 코딩을 더 잘한다. 테스트 스위트 코드만 충분하다면, 심지어 HTTP 엔드포인트 방식으로 설계된 코드를 CQRS 방식으로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제한적이고 불완전하지만, 미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위험을 대비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금 스펙이 중요해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개발자의 시대는 끝났고, 연구직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연구직이란 굳이 대학원 등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코딩만 하기 보다는 지식을 많이 알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물론 지식을 많이 안다는 것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대학원 등 공인된 기관에 가야 하고, 그러려면 스펙이 좋아야 한다.
블로그가 대학원같은 곳에 도움이 되는 스펙은 아니지만, 성격이 다른 곳들, 예를 들어 그냥 어디 회사에 지원했을 때, 내가 이런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펙이 될 수도 있을 거다.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카드야 많을수록 좋은 거니깐, 하나쯤 들고 있으면 마음의 안심은 된다.
개발 블로그를 써보며 느낀 점들 - 단점편
부담
글의 완성도를 올리려면, 결국에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커진다. 이게 은근 부담이다.
하나의 정보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단 정확한 검증을 위해 여러 레퍼런스를 찾고 읽어야 하고, 새롭게 정리해서 써야 하니깐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학기 중이라면 특히 더 부담이다.
그렇다고 글의 질을 떨어뜨리자니, 개인적으로 그건 블로그를 쓰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충 쓴 글을 올리는 순간, 그 글들이 앞 페이지를 차지하므로, 정작 내가 보여주고픈 글들이 뒤로 묻히게 된다. 그래서 대충 쓸 수는 없고…
나중 가서는 글 하나 쓰는 데 수 일씩 걸리니깐, 흐름이 끊켜서 문제였다. 흐름이 끊키면 다시 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작가들이 틈틈히 하나의 글을 쓰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닫고 있다. 쓰다가 다른 일 하고, 다시 쓸 때마다 글 쓰는 재미가 팍팍 떨어지더라.
노션에 써놓고 완성 못하는 글들도 비슷한 이유로 완성되지 못 했다. 중간에 흐름이 끊키니깐, 다시 쓰기 싫어지는 글들. 혹은 퀄리티가 떨어지기에 리팩토링이 필요한데, 차마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는 글들. 혹은 내용이 길어지니깐 산으로 가서, 수습하지 못하는 글들. 시작하기도 전에, 자료조사 단계에서 그냥 뻗어버린 글들.
글을 하나 올리고 나면 피로감이 장난 아니게 몰려오긴 한다.
AI
최근 티스토리가 API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기엔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는 감히 AI가 하나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이제는 AI가 순식간에, 블로그 글들 역시 만들어낸다. 주제만 던져주면 딸칵 한 번에 글 하나가 완성되니깐, 요새는 블로그 개설해서 AI가 글 쓰고, 그걸로 돈 버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니깐, 광고 수입도 비교도 안 된다고 한다.
씁쓸하다. 나는 사실, 테크니컬 라이터에 대한 꿈도 꾸었다. 공대생 중에 글 못 쓰는 사람들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글 쓰는 공대생이 있다면 차별화되지 않겠나. 그래서 테크니컬 라이터를 노려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근데 AI가 이제 문서 더 잘 쓴다. 기술 문서? AI가 코드 API 읽어서, 스스로 만들어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블로그 글과 같은 글들 역시, AI가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테크니컬 라이터라는 직종이 남아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블로그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더 좋긴 하겠지만, 이제는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식의 블로그는 포트폴리오로써의 가치는 떨어질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술을 직접 프로젝트에 적용해본 경험을 쓰거나, 혹은 후기 등을 쓰거나 하는 식으로, 내 경험을 녹여내지 않는다면, 단순한 정보의 나열은 AI 글에게 너무 쉽게 밀릴 것 같다.
앞으로
군대에 있는 동안이야 블로그를 건들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군대 내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틈틈히 개발 공부는 할 것 같다. 상병이나 병장 때는 시간이 좀 남아돈다는데, 그때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씩 개발 관련 책들을 읽거나, 싸지방에서 알골 문제들을 풀어보거나 할 생각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아쉬웠던 점은, 너무 정보 위주의 글들만 정리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내가 공부한 것들, 내가 알아낸 것들을 정리하는 글들은 계속 쓸 생각이다(전역 후에…).
어떤 글들을 써야 할까? 에 대한 답은 아직도 찾고 있다.
내가 자주 찾아가는 블로그들의 특징을 살펴봤다. 개발 일지, 혹은 후기같은, 필자의 경험이 들어간 글들이 재미있게 읽힌 것 같다.
결국에, 내가 직접 많은 개발을 해보고, 몸으로 부딪혀 본 뒤에 그 경험을 녹여내는 글들이 좋은 글들이고, 내가 써야 할 글들인 것 같다.
개발 서적에 관한 독후감을 쓸 생각도 있다.
요새는 영상 매체가 워낙 발달해서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어릴 때는 책을 나름 많이 읽었다.
개발 관련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책들에 대한 후기를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암튼…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름 열심히 블로그 관리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쓴 글들은, 솔직히 잘 못 읽겠다. 지금 관점에서는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면서, ‘이거는 이렇게 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래도 그런 것조차 하나의 기록이자 추억이라 생각해서, 흑역사 보존하는 기분으로 그냥 냅두고 있다….
빨리 복학하고 싶다. 학교로 돌아와서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그 경험들을 블로그에 녹여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