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학회 운영 회고록(1) 하이블의 태동

블록체인 학회 회고록

지난 22년 5월, 처음으로 블록체인 학회를 만들기 위한 초기 운영진이 대면으로 만남을 가지었다. 모인 사람은 세 명. 장소는 카레집. 그로부터 9개월. 23년 2월 22일 하이블 1기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기까지 나의 1학년은 블록체인 동아리와 함께 하였고 그로부터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의 캘린더 앱에 가장 처음으로 기록된 하이블 관련 회의는 22년 6월 20일, 17시에 있었던 하이블 온라인 회의다. 이때를 기점으로 해봐도 248일 간을 몸담았던 학회.

이곳에 몸담으면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았다.

블록체인 학회를 하면서 느낀 점을 여러 편에 걸쳐서 정리하고자 한다. 글은 두서없이 쓰이지만 그동안 느껴왔던 나의 진솔한 생각들을 담고자 한다.

블록체인 학회를 하게 된 계기

새내기 시절 만나게 된 한 선배

2022년, 20살, 1학년. 새내기.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새내기 시절 나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최대한 다양한 기회들을 잡고자 하였다. 영어 회화 동아리도 가입해보고, 알고리즘 학회도 가입해보고. 그러던 중 가입한 학회는 무작정 신청서를 제출한 밴드 학회였다. 밴드 학회는 학기 초반 여러 번의 정기모임을 가졌었고, 친구가 거의 없었던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정기 모임을 자주 참여했었다. 거기서 한 선배를 만났다. 나는 처음 본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을 외우는 것을 잘 못하는데, 그 형의 첫 인상도 처음 만났을 때는 술과 흥에 취한 채로 기억 저편 어딘가로 두고 왔었다. 그 첫 만남이 나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는 상상도 못한 채로 말이다.

그렇던 4월의 어느날, 밴드 학회의 MT날, 그곳에서 그 형을 다시 만나게 됐다. 사실 그때도 이전에 만났던 걸 기억하지 못 하느라 실례했던 기억이 있다. 잘 넘어가줘서 다행이지... 그 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첫 MT를 추억하기 위해서 마셨던 술은 추억보단 망각을 가져다 주었다.

갑작스러운 제안, 시작된 모험심

그렇게 며칠이 지난 날. 어느 날 갑자기, 그 형한테서 인스타 DM으로 연락이 왔다. 학회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이 블록체인 동아리를 만들 것인데, 거기서 운영진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때 든 생각은 '응? 갑자기?' 가 전부였다. 아니 나를 뭘 믿고? 내가 무슨 신뢰성이 있다고? 무슨 동아리인데? 이 형은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기에?

여러가지 떠오르는 의문은 제쳐두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블록체인 동아리를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블록체인 학회? 나는 비트코인이 등장할 때부터 실패할 거라 생각했는데... 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 형은 나의 무엇을 믿고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게다가 나는 블록체인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 때도, 남들이 암호화폐는 미래가 있네 마네 할 때도 단호하게 '저건 미래가 없다!' 라고 외치고 '차라리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 그래픽 카드 시장의 주식을 사야 한다!' 라고 외치고 다녔던 나다. 블록체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갖지 아니할 분야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안은 거절하는 게 맞았다. '아니 무슨 블록체인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 블록체인 학회를 한다고 그래?'

 

하지만 그보다 앞서 무엇인가 불손한 생각이 자리잡기도 하였다. 어릴 적부터 관종기(?)가 있기도 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도 있고, 어느 집단에 가면 항상 리더를 맡아야 하는 병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어쩌면 이것이 나의 대학 생활을 바꿔줄 하나의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관점에서 머릿속에 스친 이 생각은 정확했다. 나는 분명 이 날의 선택때문에 나의 대학 생활을 새로이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 제안을 거절하고 나면, 나는 평범한 1학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남들과 같이 밴드부도 열심히 하면서, 여러 가지 다른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놀기도 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어서 학점도 채워보고.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난 후에 군대를 가겠지.

 

그런데 내 마음속에 꽂힌 하나의 생각. 이게 어쩌면 별 거 아닌 제안일 수도 있지만, 나의 대학생활을 남들과는 달리 굴러가게 할 첫 스노우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사소한 기대심을 갖고서, 나는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나는 그때 무엇을 믿었을까? 그 형은 그때 나의 무엇을 믿었을까?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당시에 확실하게 내가 믿었던 것은 모험심이었고, 그 모험을 헤쳐나갈 나였다.

학회의 태동

5월의 어느 날, 그 형과 나, 그리고 훗날 부학회장이 될 다른 선배끼리 첫 회동을 가지었다. 첫인상은 기가 쎈 분이셨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다. 회동은 한 카레집에서 가졌던 거로 기억한다. 나는 블록체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그곳에서 내가 방학 전까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처음 듣게 됐다. 솔리디티라는 처음 들어보는 언어였고, 이걸로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처음 들어보는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들었다. 모든 것이 생소하였고 모든 것을 처음 배워야 하는 세계에 새로이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 날은 짧게 끝났다. 각자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게 됐고, 이후에 시험이 끝난 후부터 열심히 배워서 방학 때 적용해보기로 하였다. 그러고선 밴드 학회 연습실에 연습하는 걸 세 명이서 구경하러 갔던 기억이 있다. 놀랍게도 그 세 명이 모두 다 같은 밴드 학회에서 만난 사람이다.

 

6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정식으로 운영진끼리의 첫 만남을 가지었다. 운영진은 총 5명. 2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 두 명은 A형(나한테 처음 운영진을 제안한 형)이 학부 연구실에서 만나게 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거기서 그 형이 학부 연구생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렇게 해서 모인 다섯 명은 블록체인 학회의 훗날을 기약하면서 서로를 인사하였다.

 

6월,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학회를 신설하는 것이었고, 어떤 레퍼런스도 없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하는 자리였다. 학회의 이름을 짓는 것부터 해야 했다.

 

처음 제안된 이름은 '홍블'(Hongik Blockchain)이었다. 학교 근처에 인기있는 맛집인 '콩불'의 느낌도 나고, 뭔가 귀여운 느낌도 있고. 사실 이 이름이 나오기까지 세 시간 정도는 소요됐다. 사실 그때까지 제안된 모든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후보도 없기도 하고, 서로 이제 슬슬 지쳐가서, 회의를 마무리하려던 무렵, 어디선가 '하이블'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어? 괜찮은데? 칵테일 하이블 느낌도 나고'. '야 홍블 집어쳐! 하이블 하자!' 이런 반응과 함께 학회의 이름은 하이블로 결정됐다. 홍익대학교 최초의, 그리고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블록체인 학회 '하이블'의 태동이었다.

새로운 운영진의 영입

5명이서 의기투합을 하고서 0기를 시작하고 있을때, 새로운 운영진이 합류하였다. 이 분은 실제 블록체인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였고, '커그'라는 큰 블록체인 학회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던 분이었다. 블록체인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건 이 분이였다. 실제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이 대학교 학회에 들어와서 도움을 준다니 큰 이득일 거라고 생각하고서 이 제안을 수락하였다.

0기 활동의 시작

0기 활동

시험이 끝나고, 약 20명의 사람들을 모집하여서 하이블 0기가 시작됐다. 0기의 활동은 크게 4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1. 암호화폐의 종류를 탐색하고 각 화폐의 특징을 연구하는 '암호화폐 연구팀'
  2. 블록체인 자체에 집중하는 '블록체인 개발팀'
  3. 웹3에 대해서 배우고, 프론트엔드에 대해서 배우는 '웹3 개발팀'
  4.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 사례에 대해서 스터디하는 '블록체인 응용 연구팀'

나는 어디에 속해있었냐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배워야 하는 솔리디티의 교육 담당을 맡았다.

하이블은 매주 화요일 2시간의 정기 모임을 가졌는데, 그 중 한 시간은 각 팀별로 한 주간 무엇을 배웠는지를 발표하고, 다른 한 시간은 솔리디티 공통 교육을 들어야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너무한 처사긴 했다. 이제 막 언어에 대해서 배운 1학년인데, 나도 처음 배워보는 솔리디티에 대해서 한 시간 동안 교육을 하라니! 그래서 사실 0기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왜냐면 내가 모르는 것을 남에게 말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고, 그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내가 일단 솔리디티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했다. 그래서 방학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전공 3학점짜리를 하나 들은 기분이었다.

이상한 버릇

학회를 하면서 특이한 습관을 가졌었다. 바로 학년을 숨기는 것이었다.

 

고학번이 학번 숨기는 경우는 있어도 저학번이 학번을 숨기는 경우는 잘 없는데, 나는 그랬다. 이상하게 어릴 때면 커보이고 싶지 않나. 내가 학년이 낮다보니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학년을 굳이 말하지 않고 다녔다.

 

이 습관은 0기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됐다. 9월 달에 '민티드랩'이라는 회사에 하이블 대표로 미팅을 나갔는데, 그때 같이 나간 다른 운영진이 나의 학년을 멋대로 밝혀버리자 기분 나빠하기도 하였다.

 

사실은 1학년 때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일들을 먼저 성취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낄만도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1학년이라고 자랑하고 다녔어야 했는데. 내 1학년 돌려줘 ㅠㅠ

새로운 지식들과 기술들

1. 노션

이때 처음 노션을 다루게 되었다. 처음엔 노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서 헤매였었는데, 몇 번 사용하고 나니깐 익숙해졌다.

노션은 사실 여러가지 단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성과 사용 난이도 측면에서 협업할 때 최고인 것 같다.

2. Solidity와 스마트 컨트랙트

솔리디티를 배우면서, 사실 이때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1.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지?
  2. 이게 블록체인의 본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1번의 답은 이걸로 dApp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dApp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한다.
2번의 답은, 매우 최근에 깨달은 것인데, 솔리디티는 블록체인의 본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솔리디티를 더 잘하게 되면 블록체인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한 가지 스스로 장점이라 생각하는 것은, 나는 무엇이든 배우는 게 빠르다는 것이다. 배우는 게 빠른 편이여서,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는 데 별 무리 없이 적응하는 편이다. 운이 좋은 편이다.

0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느낀 점

사실 0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느낀 점은, 힘들었는데, 그만큼 보람찼다.

6주간의 내가 준비한 커리큘럼이 끝나고,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나자, 다른 팀들의 발표와 특징,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때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느꼈는데, 그 중 몇몇은 지금과도 생각이 같고, 몇몇은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진 상태다.

  1. 일단 강의 형식의 스터디는 최악이다.
    • 이건 하이아크를 하면서도 확실히 느꼈는데, 강의자가 무슨 교수님이나 이 잘 가르치는 강사님이 아닌 이상, 강의 형식의 스터디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
    • 강의자 본인도 배우는 학부생이면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 그리고 듣는 사람들도 이해 못한다.
    • 1대 소수면 모르겠는데, 1대 다수의 경우 다수의 수준이 모두 제각각 다르다. 누군가는 이미 객체 지향의 개념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반면 누군가는 클래스의 개념은 커녕 이제 막 파이썬을 다룬 상태이다.
  2. 사람들은 발표에 큰 부담을 느낀다.
    • 나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발표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 다른 사람들이 잘 해버리면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더 부담을 느낀다.
    • 게다가 블록체인이라는 생소한 주제로 발표를 진행할 때, 자기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발표를 해야 했으므로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3. 사람들은 블록체인 그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 않다.
    • 이는 1기에서까지 하이블 활동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끼었던 감상이다.
    • 1기를 포함하여, 블록체인에 진짜 관심이 있던 사람은 정말 적었다.
    • 사실 블록체인에 정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운영진 중에서 아무도 없었다. 회장과 나를 포함해서도.
    • 그냥 친구들끼리 모여서 오거나, 아니면 암호화폐 등의 코인에 관심을 갖고 왔거나. 그게 전부였다.
  4. 조금 성급했던 것 같기도 하다.
    • 처음부터 잘 하는 동아리는 많지 않다. 그러나 많은 동아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추려고 했다. 하이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 팀이었다.
    • 하이블은 0기부터 몇 명의 미대 출신 디자인팀 인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분들은 결국 컴퓨터공학과 중심으로 돌아갔던 0기 활동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 했다.
    • 미대 디자인팀이 빛을 발휘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12월부터였다.
  5. 운영진 6명은 절대 많은 것이 아니다.
    • 처음에는 겨우 19명 있는 학회에 운영진만 6명이라니, 너무 많다라고 생각했었다.
    • 근데 아니다. 운영진은 많을 수록 좋다.
  6.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 1학년으로써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것들을 하려 했었고, 어느 시점이 지나자 어쩌면 내가 하이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0기 활동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0기의 마무리

불꽃같은 0기 활동이 마무리되고, 8월달에서 9월달로 넘어가는 시기가 되었다.

0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제일 놀랐던 점은, 회장 형께서 정말 가차없이 사람들을 쳐낸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0기 사람들중 1기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은 절반도 남지 아니하였다.

 

사실 여기에는 함정도 숨어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1기 활동 자체에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때는 왜 그런지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떠나간 사람들이 떠났는지 알 것 같다.

 

2. 일단 블록체인이라는 주제에 흥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떠나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록체인에 흥미를 진작부터 잃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 더 시간을 쏟을 여유와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해서 많은 이들이 떠나갔다.

 

2. 운영적인 측면에서의 몇몇 허점들이 존재하였다.

 

처음부터 잘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처음이기도 하고, 레퍼런스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설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안하고서도 하이블 0기는 몇몇 아쉬운 점들은 존재하였다.

  • 먼저 스터디의 분류가 다소 아쉬웠다. 암호화폐 연구팀은 왜 존재하는지 그들 스스로도, 심지어 회장조차도 이유를 찾지 못 했으며, 성과를 얻기 힘들었다.
  • 이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운영진 중 어느 한 명이 다른 학회원으로 하여금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이 운영진은 추후 하이블의 첫 갈등이자 불화의 씨앗이 된다.

그 외에도, 떠나간 사람 이외에 짤린 사람들도 존재하였다.

면접

면접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일단 서류를 제출받은 건 2주정도였는데, 대부분의 서류는 마감 하루 전날 도착했다.

 

사실 이제와서 보면, 운영진은 내부적으로 0기 사람들 중 이미 1기에 함께할 인물들과, 자를 인물들을 어느 정도 내정한 분위기였다. 나는 최대한 모든 사람들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나,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자를 사람들을 쳐내야 한다는 것이 회장 형의 생각이었다.

 

피면접자가 된 적은 많아도 스스로 면접관이 되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면접관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서류를 평가하고, 면접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첫 번째로, 그 사람의 관심도나 수준은 의외로 너무 쉽게 드러난다. 나는 그럴듯한 답변, 미사여구, 적당한 임기응변이 면접의 결과를 좌우한다고 믿었다. 그게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들어온 사람들이 갖는 착각이다.

 

하지만 실제로 면접관의 입장에서 피면접자의 답변을 들어보면, 듣자마자 이 사람이 진짜로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적당히 둘러대고 있는 것인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등이 드러난다.

 

사실 대학교 학회 수준에서는 그 사람이 전문적으로 무언가를 알고 있느냐보다 이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고, 다른 학회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학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은 맞추어야 겠지만, 그 기준을 넘어선다면 이후부터는 어차피 학회에서 새로이 배워나갈 것들이고, 이 새로이 배워나갈 것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 능력이 더 중요하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면접은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는데, 그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태도로 연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훌륭한 연기자이자 그 어떤 직장도 뚫을 수 있는 능력자일 것이다. 면접은 정말 태도가 전부인 것 같다.

 

내가 이 학회에서 새롭게 배우고자 하는 태도, 그리고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게 면접에서 느껴진다면 이 사람을 거절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두 번째로, 생각보다 기상천외한 답변들도 많다. 사람들은 면접을 잘 못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상투적인 질문들, 즉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정석적인 질문들에 답을 정말 못한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이걸 사람들이 모두 비슷하게 대답할테니 왜 물어보나 하는 질문들이 있었다. 이미 정석에 가까운 답변들이 있는 인문학적인 질문들이었고, 거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없이 답을 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말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았다. 이게 좋은 의미에서 톡톡 튀는 답을 하는게 아니라, 진짜 '저걸 왜 저렇게 답하지?'라는 답들이 존재했다.

 

세 번째로, 학회가 피면접자를 평가하는 만큼 피면접자도 그 순간 학회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건 이때 새로이 느낀 생각은 아니고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인데, 면접은 어쩌면 학회와 피면접자, 단체와 개인, 서로와 서로가 처음 만나는 자리인만큼 피면접자의 첫 인상 뿐만 아니라 학회의 첫 인상 역시 결정하는 자리이다. 우리가 피면접자를 평가할 때 그 순간 피면접자도 그 학회의 수준이나 성향을 파악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면접의 질문은 정말 중요하다. 면접의 질문은 피면접자로 하여금 이 학회 내지는 회사와 단체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지, 어떤 기술과 지식을 우선하는지 등을 파악하게 해주는 힌트가 된다.

 

단지 상투적이고 평범한 질문만으로 면접을 얼렁뚱땅 진행하는 학회는 오히려 피면접자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갖게 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상한 포인트에서 함정 질문을 하듯이 면접하는 학회는, 오히려 피면접자에게 별로 수준이 좋지 않은 학회라는 평가를 갖게 한다.

 

맥락이 없는 기술 질문만을 남기는 학회는, 오히려 피면접자로 하여금 이 학회는 제대로 된 방향성 없이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갖게 한다.

 

피면접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학회는, 면접 이 학회가 면접자로 하여금 어떤 가치를 요구하는 지, 어떤 지식과 태도를 요구하는 지, 어떤 사람을 요구하는 지 등이 질문에서 잘 드러나는 학회이다.

 

때문에 면접이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사람을 거르고 채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학회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 발걸음을 알기 위해서라도.

1기 활동의 시작

다사다난했던 0기가 마무리되고, 하이블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는 1기가 시작되었다. 1기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 울리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기분이었다.